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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결의문] 고등교육법 19조의 2에 의거한 대학평의원회 규정에 대한 대학인의 결의문

페이지 정보

작성자 국교련 작성일18-12-06 10:14 조회1,30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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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고등교육법 19조의 2에 의거한 대학평의원회 규정에 대한
대학인의 결의문
 
 
오늘 우리 교수들은 학문을 연구하고 학생을 가르치고 있는 선생으로서, 갈수록 비참해져가는 대학의 현실에 대하여 고통스러운 마음으로 여기에 입장을 밝히고 결의를 다짐하고자 한다.
 
국회는 2017년 11월 28일 개정고등교육법을 통과시키고, 2018년 5월부터 시행하도록 하였다. 이 개정고등교육법에 새로이 추가된 제19조의 2는 대학평의원회를 구성하도록 의무화하면서 대학 내 교원, 직원, 학생 중 어느 구성원도 2분의 1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미 대학평의(원)회를 구성하고 운영하고 있던 일부 국립대학들에서는 교수들의 비중을 2분의 1 이하로 축소하도록 직원과 학생들이 요구하고 있고, 새로이 평의원회를 구성하여야 하는 대학에서는 직원과 학생이 극단적으로 1:1:1의 비중을 요구하는 등으로 각 대학별로 교수와 직원, 학생들 간의 갈등이 초래되고 있다.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대학평의원회 구성과 관련하여, 우리는 국교련과 사교련 회원교를 대표하여 본질적인 문제 제기를 하면서 이 입법과 그에 따라 교육부가 각 국립대학에 평의원회구성을 강제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임을 지적하고자 한다.
 
우선 현재와 같이 대학구성원의 누구도 2분의 1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평의원회 구성을 강제하는 규정은 세계 어느 나라 입법례에서도 발견할 수 없는 과도한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개정 고등교육법 제19조의 2는 교육과 학문연구를 주된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직능민주주의가 적용되어야 하는 대학의 특수성과 역사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교수들과의 적절한 협의절차나 입법례 등에 대한 충분한 사전조사·검토도 없이 졸속으로 개정, 신설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2005년 사립학교법 개정에 근거하여 이미 사립대학에 도입된 대학평의원회의 운영 결과가 어찌되었는지 지난 10년의 경험을 통하여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당시 사립대학에 대학평의원회를 도입한 것은 개방형 이사 및 감사를 제도적으로 도입하는 과정에서 사립대학법인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대학평의원회의 구성과 운영을 정관에 위임하였을 뿐만 아니라 개방이사 추천권한마저도 법인이 정관에 따라 마음대로 구성하는 개방이사추천위원회에 넘겨버렸다. 그리하여 평의원회가 사립대학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기는커녕 학교법인의 불법, 비리적 의사결정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거나 무력화되었다. 이러한 상황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교육부가 이 규정을 국립대학에까지 확대, 적용하도록 독촉하는 것은 무슨 의도에서인가.
 
그 동안 국립대학 교수들은 정부와 교육부에 대학 의사결정구조의 개혁을 줄기차게 요구한 바 있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대학개혁요구를 외면하고 각 대학들에 대하여 끊임없이 지침을 내리고 대학민주화에 역행하는 조치들을 취해 왔다. 그 동안 교육부가 대학구성원들의 총의를 무시한 채 국립대학에 총장직선제 폐지를 요구하고 이를 대학평가의 기준으로까지 설정하여 재정지원과 연계하는 야만적 조치를 한 일이나 간선제에 의해 선출한 총장마저도 정부 맘에 들지 않는다고 임명을 보류한 채 수개월에서 몇 년씩이나 시간을 끌었던 일들을 우리가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그렇게 까지 집요하게 대학의 민주화를 방해하던 교육부가 갑작스럽게 표변하여 정권이 바뀌고 법이 개정되었다고 하면서 대학평의원회를 마치 대학민주화를 위한 대단한 개혁조치라도 되는 양 올 연말까지 구성하도록 강제하고 있으니 이 어리둥절한 상황을 어찌 이해해야 한다는 말인가. 교육부가 평의원회구성을 각 국립대학에 강제하려고 하는 것은 교육개혁과 대학민주화를 요구하는 교수들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반대로 지배종속관계에 있는 대학 소속 공무원들과 직원들의 평의원회 진출확대를 통해 교육부의 영향력을 증대시키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 한마디로 교육부의 지배하에 있는 직원들의 구성비율을 높여 교수들의 비판의 목소리를 줄이려는 의도라고 할 수 있다. 결국 교육부는 대학평의원회를 통하여 국립대학을 효율적으로 지배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그 구성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편 사립대학에 대해서 교육부는 어떠한 입장을 취하고 정책을 시행했던가. 사립대학 역시 일정하게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담당해야 하고 교육부는 이에 대한 지도감독을 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적 공감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교육부는 허다한 사립대 법인의 부정과 비리에 대한 감독을 소홀히 함은 물론이고, 감사를 통하여 적발한 부정, 비리에 대해서도 솜방망이 처벌 또는 아예 처벌을 방기하다시피 해왔다. 대학평의원회가 수많은 사립대학에서 이미 학교법인의 수족으로 전락한 사정에 대해서도 모르쇠로 수수방관해 왔다.
 
대학의 운영체제와 의사결정구조에 근본적인 변화 없이 평의원회구성만을 바꾸면 대학이 민주화되고 합리화되는 것처럼 꾸미려 하는 것도 문제이다. 대학 총장에게 모든 결정권이 집중되어 있고(국립대학), 심지어 대학법인이 총장마저 꼭두각시로 내세우고, 거의 폭군과 다름없이 대학운영을 전횡하면서(사립대학) 대학 내 다른 모든 기관은 심의 또는 자문기관으로 무력화시켜 놓은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고서는 대학의 민주적 의사결정과 자율성은 미망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와 같이 전근대적인 의사결정구조에서 우리네 대학의 연구와 교육역량이 제대로 발휘되기를 기대하는 것 역시 연목구어에 다름이 아니다.
잠시 해외 사례를 들어 보자면,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대학들의 경우 우리처럼 총장에 모든 권한이 집중되어 있는 구조가 아니라 교수요원이 절대 다수를 점하는 평의원회에 본부 보직자를 선출하는 권한 등을 포함한 상당한 권한이 부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평의원회가 의결기관으로서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자율성이 그들 대학에 부여되어 있고 이것이 대학 경쟁력의 토대가 되고 있다. 우리처럼 교육부가 사사건건 간섭하고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의회가 정한 대학법이 기관의 제도적 테두리를 정해주고 대학의 자율성이 최대한 보장되도록 하고 학문연구와 교육의 주체인 교수들이 주도하는 대학구성원 전체의 의사결정권을 존중해준다. 유럽의 선진 대학들에서는 이를 통하여 학문의 자유가 높은 수준에서 보호받았고, 그에 따라 대학의 발전이 이루어져 왔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교육부가 대학민주화와 대학자율성을 회복하기 위하여 진정으로 대학의 의사결정구조를 개혁하고자 의도한다면 학문과 교육에 대한 교수들의 전문적 식견 표명을 약화시킬 의도를 가진 대학평의원회 구성을 요구하기 전에 대학 거버넌스의 근본적인 개혁을 위한 선행조치들을 먼저 취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그러한 근본적인 선행조치 없이 강제로 밀어붙이는 평의원회 구성요구가 일방적일뿐만 아니라 대학의 자율성을 저해하고 대학발전에 역행하는 것이므로 받아들일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한번 생각해보라. 지금까지 수십년동안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대학정책을 밀어부처 왔는데 그 결과는 어찌되었는가. 우리 대학들이 교육부의 정책에 의하여 대학경쟁력이 향상되고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전이라도 하였단 말인가. 정부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대학들은 경쟁력이 상위권으로 진입하기는커녕 하락하기까지 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교육부의 2019년 예산안 설명회 자료집 참조). 그렇다면 교육부가 그 동안 무엇을 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교육부가 그동안 경쟁력있는 고등교육정책을 생산해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기왕의 대학정책이 대학의 역량과 경쟁력을 저하시켰음을 보여주는 것 아니겠는가.
 
대학의 의사결정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대학을 대학답게 만들자는 교수들의 요구는 지극히 정당한 것이다. 대학에서는 어떤 권위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발언하고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 학생도 평의원회에 참여하여 자유롭게 발언하여야 한다는데 동의한다. 직원들도 노동조건의 개선에 대하여 정당한 요구를 하는 것에 대하여 반대하지 않는다. 학생들과 직원들이 대학의 본령인 학문연구와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에 같이 동참하고 그들의 학습조건과 노동조건을 개선하고자 하는 정당한 요구에 대하여 우리는 아무런 이의 없이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 그러나 최근까지의 경험과 역사가 보여주듯이 직원들은 대학의 본질을 수호하기 위한 교수들의 노력을 방해하고 교육부와 총장, 대학법인의 이익을 대변하는 일을 하여왔지 않는가. 직원들이 앞으로도 교육부 및 총장을 비롯한 대학법인과 지배종속관계에 있는 한 그들의 과도한 참여가 오히려 학문연구와 교육을 위한 대학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을 우려한다.
 
교육부가 현재 국립대학에 강제하고 있는 대학평의원회의 구성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입법례일 뿐만 아니라 연구와 교육을 본질로 하는 대학의 특수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조치이며 오히려 구성원들 간의 갈등만을 조장하여 대학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이라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우리는 현재의 대학평의원회 구성을 강제하는 고등교육법 규정의 시행을 전면 중지하고,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의 건전한 의사결정기구를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것을 제안한다.
 
우리 국교련과 사교련은 대학평의원회를 포함한 대학의 의사결정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것을 요구하면서 산학협력과 경쟁,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대학구조개혁과 대학평가에 반대하고 온 국민들에게 현대판 신분제도를 공고히 하는 대학서열체제와 높은 등록금, 사교육비 등 현 교육체계가 가지고 있는 총체적인 문제에 대한 해법을 마련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할 것을 결의한다.
 
또한 이를 위하여 우리는 언제든지 사심없이 대화할 용의가 있다. 국교련과 사교련을 포함한 고등교육대표들과 교육부, 국회의 담당인사들이 같이 모여 대학의 운영방식을 합리화하고, 대학의 역량을 강화하며 그 공공성을 제고하기 위한 여러 가지 현안문제에 대하여 기탄없는 의사소통에 나서줄 것을 재차 요구한다.
 
 
2018년 11월 30일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